[단독] 게임기 사는데 줄줄 샌 '청년수당'…세금 6.5조 쏟아붓겠다는 정부

입력 2019-07-02 17:28   수정 2019-07-03 02:36

국회예산처 '한국형 실업 부조' 재정 소요 분석

내년부터 저소득층 실직자에
6개월간 매달 50만원씩 지급



[ 하헌형/김소현 기자 ]
저소득 실직자의 취업 지원을 위한 ‘한국형 실업 부조’ 사업에 5년간 약 6조5000억원이 들어간다는 추산이 나왔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지난달 발표하면서 정확한 비용 추계는 내놓지 않았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 의뢰로 추계한 ‘한국형 실업 부조 도입에 따른 재정 소요’ 자료에 따르면 실업 부조 시행 첫해인 내년 하반기에 4915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지원 대상이 늘어 사업 시행 5년째인 2024년까지 소요되는 예산은 6조45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수당 허점은 놔둔 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국형 실업 부조’(국민취업지원제도)는 올해까지 시행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 제도와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합·개편한 사업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못 받는 저소득층 실직자에게 6개월간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이 중 취업준비생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 지난 3월 도입한 청년수당은 허술한 운용 탓에 청년들의 ‘용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도 보완 없이 지원 대상과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구직 활동을 하는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청년수당을 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달 50만원을 카드에 넣어 주면 청년들은 호텔, 유흥주점 등 사용 제한 업종만 아니면 구직 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어디서든 긁을 수 있다. 한 번에 30만원 이상 결제했을 경우에만 고용부에 사용 내역서를 제출하면 된다. 정부는 올해 총 8만 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지원금 신청을 받은 지 이틀 만에 9만 명가량이 신청서를 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1유형인 ‘구직촉진수당’과 2유형인 ‘구직활동비용’으로 나뉜다. 이 중 전체 예산의 80~90%를 차지하는 구직촉진수당 제도가 기존 청년수당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원 자격은 저소득층은 중위 소득 50%(2인 가구 기준 약 145만원) 이하, 청년은 중위 소득 50~120% 이하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지원 대상자는 내년 20만 명에서 2022년 50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구직촉진수당 지급에 따른 소요 예산이 내년 2596억원에서 2021년 1조108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조4864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혜자들의 지원금 사용 방식은 청년수당과 비슷하다. 30만원 이하 결제 금액은 사용 내역, 구직 활동과의 관련성을 소명할 필요가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년수당 중 상당수는 원래 취지와 무관한 곳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부적절 사용’ 사례 중엔 대형마트에서 40만원에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구매하거나 한의원에서 한약을 짓는 데 39만원을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매년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 예산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써도 되는 거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안·근거 법, 국회 통과 난항 예상

고용부는 지난달 4일 한국형 실업 부조의 근거 법률인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9월 본예산안 제출을 전후해 제정안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예산안과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원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도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현 정부 들어 우후죽순 생긴 각종 현금 복지 수당을 정리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실업 부조는 전액 세금에서 지원하는 ‘현금 복지’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보조금을 나눠 주는 식의 일자리 정책은 수혜자의 구직 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한국용 실업 부조는 고용 위기의 본질적 해법을 외면한 땜질 처방”이라며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 한국형 실업 부조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뜻한다. 구직촉진수당과 구직활동비용으로 나뉜다. 구직촉진수당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저소득층과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된다. 취업준비생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 지난 3월 도입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이 구직촉진수당으로 확대 개편됐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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